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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 - 《道德經》

상록수9 2025. 5. 27. 06:00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 - 《道德經》
“쓰는 것이 경쟁력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모든 인간이 원하는 바이지만 단순히 재산이 불어나고 은행 잔고가 많아진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반드시 행복하거나 윤택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통장에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돈을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단순히 가지고 있다는 것은 소유일 뿐, 어떤 실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이 사용하며 없어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돈은 사용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道德經》에서는 ‘소유하는 것’과 ‘사용하는 것’을 분리하여 설명합니다. “소유하는 것을 利라고 한다. 그 소유를 없애는 것이 진정한 쓰임(用)이 된다.” 상당히 날카로운 통찰력입니다. 소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利益’일 뿐이며, 그 소유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用’이라는 용도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利’와 ‘用’은 ‘채움’과 ‘비움’이며 ‘소유’와 ‘파괴’입니다. 쓰려면 우선 채워야 합니다. 채우지 않고는 어떤 쓰임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돈을 버는 것입니다. 번 돈의 가치가 만들어지려면 소유를 포기해야 합니다. 소유를 포기하고 사용할 때 진정한 돈의 가치가 생기는 것입니다. 
 
  노자는 無를 통해 새로운 유용함(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양한 사물로 비유하여 설명했습니다. 그릇(器)의 용도(用)는 속이 비었기(無)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집(室)의 용도(用)는 건물 안이 비었기(無)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바퀴(車)의 용도(用)는 축이 비어서(無) 바큇살이 그 공간으로 들어가 수레가 굴러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만약 비움이 없다면 어떤 용도도 생기지 않는다고 명쾌하게 설명입니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한 소유를 버림으로써 진정한 가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지이위리(有之以爲利) : 있다는 것은 이익(利)이 되고,
  무지이위용(無之利爲用) : 없다는 것이 진정 쓸모(用)가 있는 것이다.
 
   채우는 데 급급한 시대입니다. 잘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채움을 부수는 가운데 쓰임이 나올 수 있다는 노자의 역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잘 비우는 사람이 잘 채울 수 있습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역경이 경쟁력이다>,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