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설야(縣齋雪夜; 현재의 눈 오는 밤) : 눈 오는 밤
최해(1287~1340)
삼년찬축병상잉(三年竄逐病相仍) : 삼 년의 귀양살이 병까지 찾아오니
일실생애전사승(一室生涯轉似僧) : 방 한 칸 살림이 중처럼 호젓해라.
설만사산인부도(雪滿四山人不到) : 사방 산엔 눈이 가득 아무도 안 오는데
해도성리좌도등(海濤聲裏坐挑燈) : 파도 소리 속에 앉아 등불 심지 돋운다.
개경을 떠나 이곳으로 쫓겨 온 지도 어느덧 세 해가 지났다. 세 해 동안 세상에서 잊혀진 채로 병만 깊어간다. 세간 하나 없는 호젓한 빈방은 마치 스님네 살림 같다. 시름시름 저며 드는 병마의 고통보다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지는 것이 더 무섭다. 오늘은 하루 종일 눈이 펑펑 내렸다. 사방 산은 눈에 뒤덮혀 온통 은빛 세상을 연출한다. 혼자 종일 먼 산만 보다가 밤중까지 넋놓고 앉아 있는데, 소나무 가지 사이를 헤집고 가는 바람이 마치 집채만 한 파도 소리를 낸다. 세상을 향해 밝힌 가녀린 등불, 그나마 꺼지면 세상에 내 존재는 흔적조차 없어질 것만 같아 슬프게 등불 심지를 돋워 올린다. 나는 혼자다. - 우리 한시 삼백수(칠언절구 편) - 정민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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