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목(枯木; 고목) :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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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5. 05:54
고목(枯木; 고목) : 고목
이담지(고려 명종조)
백규도립벽산음(白虬倒立碧山陰) : 푸른 산 그늘 아래 흰 규룡 박혀 서니
근부인요세월심(斤斧人遙歲月深) : 나무꾼 아득한 채 세월이 깊었구나.
감탄춘풍취우과(堪歎春風吹又過) : 봄바람 불어서 또 다시 지나가도
구지무부유화심(舊枝無復有花心) : 옛 가지에 꽃 필 마음 다시 없음 탄식하네.
푸른 산 꼭대기를 지나는데, 흰 용이 하늘에서 내려오다 그대로 땅에 처박힌 형상으로 설해목(雪害木)이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서 있다. 나무꾼의 도끼질도 닿지 않을 높은 곳이어서, 머리를 땅속에 밖은 채로 헤일 수 없는 세월이 흘렀다. 대지엔 다시 피가 돌아, 봄바람이 살랑대며 불어와 마른 가지 끝에 잎이며 꽃이며를 슬쩍슬쩍 피워 올리는데,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사윈 흰 줄기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억겁의 세월이 그 앞에 무색하다. - 우리 한시 삼백수(칠언절구 편) - 정민 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