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백화헌(百花軒; 백화헌) : 백화헌에서

상록수9 2016. 1. 2. 06:02

 

백화헌(百花軒; 백화헌) : 백화헌에서


                                                                                                                       이조년(1269~1343)


  위보재화갱막가(爲報栽花更莫加) : 꽃 심기 더 이상 하지 말라 알리노니
  수영어백불수과(數盈於百不須過) : 숫자가 백에 차면 넘어서는 안 되리.
  설매상국청표외(雪梅霜菊淸標外) : 눈 속 매화 서리 국화 해맑은 가지 외에
  낭자부홍야만다(浪紫浮紅也漫多) : 자주빛 붉은빛이 셀 수 없이 많구려.


  백화헌에 오니 과연 꽃이 많기는 많구먼.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하겠네. 하지만 여보게! 이제 새로운 꽃은 그만 심는 것이 어떻겠는가? 백화헌이라, 꽃이 백 가지면 이미 차고도 넘치는데, 자꾸 새로운 꽃을 심어 어쩔 셈인가? 뭐든 정도에 넘으면 좋지 않은 법이라네. 눈 속에 피는 매화, 서리 맞고 피는 국화의 맑고 찬 가지만으로도 차고 넘칠 텐데, 게다가 저 자줏빛 붉은 빛의 난만한 꽃들은 언제 다 구경할 셈인가? 더 보태지 마시게. 오히려 줄여서 있는 것들에게 더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시게나. - 우리 한시 삼백수(칠언절구 편) - 정민 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