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중설야(山中雪夜; 산속의 눈 오는 밤) : 눈 온 아침
상록수9
2015. 12. 31. 05:50
산중설야(山中雪夜; 산속의 눈 오는 밤) : 눈 온 아침
이제현(1287~1367)
지피생한불등암(紙被生寒佛燈暗) : 홑이불 한기 돋고 불등은 어두운데
사미일야불명종(沙彌一夜不鳴鍾) : 사미승은 밤새도록 종조차 치지 않네.
응진숙객개문조(應嗔宿客開門早) : 손님이 일찍 문 엶 응당 투덜대겠지만
요간암전설압송(要看庵前雪壓松) : 암자 앞 눈 솔가지를 누른 모습 보려 하네.
밤새 홑이불 덮고 추워 죽는 줄만 알았다. 불등(佛燈)도 추위에 숨죽이고 가물댄다. 밤은 도 어쩌자고 이리도 긴 것이냐. 시간을 가늠하려 종 치는 소리를 기다려도, 따듯한 제 방에서 쿨쿨 잠든 사미승 녀석은 밤새 기척도 없다. 창밖이 희부윰해진다. 옳지! 이제 날이 밝는 게로구나. 문을 조금 열어 빼꼼 내다보자, 세상에! 밤새 눈이 펑펑 내려 온 세상은 순백의 세상으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기척을 내면 사미승 녀석은 손님이 공연히 잠을 방해한다고 투덜대겠지? 네 녀석이 그러든 말든 나는 어서 나가 흰 눈이 소나무 가지마다 켜켜이 올라타고 앉은 저 장관을 구경해야만 하겠다. - 우리 한시 삼백수(칠언절구 편) - 정민 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