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방산사(方山寺; 방산사에서) : 나무 그늘

상록수9 2015. 12. 26. 18:33

 

방산사(方山寺; 방산사에서) : 나무 그늘

 

백문절(?~1282)

 

  수음무하소계류(樹陰無罅小溪流) : 나무 그늘 빽빽한데 작은 시내 흐르고

  일주청향만석루(一炷淸香滿石樓) : 한 가닥 맑은 향이 석루에 가득하다.

  고열인간방탁오(苦熱人間方卓午) : 푹푹 찌는 인간 세상 한창 더운 낮이련만

  와간초일재송두(臥看初日在松頭) : 누워서 소나무 위오 돋는 해를 보노라.

 

   방산사는 강원도 양구 어은산에 있는 절이다. 나무 그늘 촘촘히 애워싸 티끌세상의 먼지가 들어올 틈이 없다. 작은 시냇물은 다시금 울타리를 쳐서 이중 삼중의 차단막을 설치했다. 바위 위에 얹힌 누각에 벌렁 누웠다. 향로에 꽂은 향에선 오리오리 향연이 피어나 머리를 가뜬하게 해준다. 지금쯤 산 밑에선 푹푹 찌는 찜통더위에 사람들이 헉헉대고 있겠지.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니, 울창한 소나무 가지 위로 해가 첫 얼굴을 빼꼼 내민다. 숲이 아주 깊다는 말을, 중천인데 겨우 해가 얼굴을 내민다고 했다. 한나절 생각 없이 누웠다 오고 싶다. - 우리 한시 삼백수(칠언절구 편) - 정민 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