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옹(漁翁) : 어부

상록수9 2015. 12. 9. 06:59

 

어옹(漁翁) : 어부

 

김극기(고려 명종조)

 

   천옹상불세어옹(天翁尙不貰漁翁) : 하늘은 어옹에게 넉넉지를 않아서

   고견강호소순풍(故遣江湖少順風) : 일부러 강호에 순풍 적게 보내네.

   인세험희군막소(人世險巇君莫笑) : 인간 세상 험하다고 그대여 웃지 마소

   자가환재급류중(自家還在急流中) : 자신이 도리어 급류 속에 있는 것을.

 

   어옹은 강호에 배 한척 띄워 놓고 인간 세상의 험한 벼슬길을 비웃는다. 아직도 그 먼지 구덩이 속에서 티격태격 싸우는가? 나처럼 강물에 배 띄워 유유히 세월이나 낚으며 살지 않구서. 어옹은 스스로 흐믓해서 먼지가 풀풀 이는 세상을 향해 연민의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여보시게 어옹이여! 강호도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네. 도처에 급한 여울목이 기다리고 있고, 물속엔 잠겨있는 바위는 배 밑창을 노리고 있네. 순풍에 돛 단 듯이 자네 뜻대로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그저 쓴 시가 아니라, 행간이 있다. 어지러운 세상을 외면한 채 혼자만의 안락에 겨운 무리들을 향한 일침이다. - 우리 한시 삼백수(칠언절구 편) - 정민 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