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3. 부유여력(不遺餘力) : 있는 힘을 남기지 말고 아낌없이 쏟아 부어라

상록수9 2015. 11. 17. 06:20

23. 부유여력(不遺餘力) : 있는 힘을 남기지 말고 아낌없이 쏟아 부어라

  “싸움을 결심했을 때 꼭 알아야 할 것, 궤도와 모공이라는 본질”

  때때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싸움판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그럴 때 간절하게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은 없을까’이다. 특히 사내에서의 싸움이란 이기든 지든 사후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고, 상대가 동료나 후배라면 비교적 쉬운 싸움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훗날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그래서 감정의 소모도 없고 시끌벅적하게 관심도 끌지 않으면서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이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설득과 대화, 협상과 소통이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싸움 이전의 단계’에서나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일단 실질적인 싸움의 단계에 들어서면 이 평화로운 방법들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이제껏 들어 왔던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에서 말하는 싸움이란 싸움 자체를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란 애초에 없으며, 싸움에 임하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방을 속이거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모략을 하는 것뿐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손무는 그 모든 전쟁의 기술을 아우르는 본질을 다음의 단한 문장으로 이렇게 요약했다. “병법이란 궤도(詭道)이며, 전쟁에서는 모공(謀功)이 중요하고, 성벽을 공격하는 공성(功城)은 최하위다.”

  여기에서 말하는 궤도란 ‘남을 속이는 수단’이며, 모공이란 ‘모략으로 하는 공격’이라는 듯이다. 그러니까 손무는 ‘전쟁에서 최고의 공격법은 남을 속이면서 모략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피를 보면서 무력으로 부딪치는 것은 최하위의 싸움이며, 만약 사우지 않고 이기려거든 ‘속이고 왜곡하고 편법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궤도와 모략은 싸움을 하다가 수세에 몰렸을 대 어쩔 수 없이 쓰는 비겁한 수법이 아니라,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반드시 써야 하는 병법인 것이다.

  ‘먼저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 놓은 뒤에 전쟁에 임하라’는 뜻을 지닌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싸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또한 싸움에 임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 이남훈 저, 『처신』 「4장 불퇴전(不退轉) : 때로는 후퇴가 불가능한 싸움도 있다」 중에서